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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자

크림반도에 대해 알아보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군이 주둔하며 사실상 러시아 영토나 다름없는 곳이 된 크림반도. 유럽연합 가입국으로서 대외정책상 친유럽 성향을 띠고 있던 우크라이나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크림반도일까?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될까?

 

크림반도(Crimean Pen. )는 영어로는 크리미아(Crimea) 반도라고 하며 우크라이나의 남쪽 흑해로 돌출해 있는 반도로, 본래 러시아 영토였다가 1954년 우크라이나에 편입되었습니다. 북쪽은 페레 코프 지협(地峽)을 통하여 우크라이나와 연결되어 있으며 이곳으로 철도·도로·관개수로가 지나갑니다. 크림반도는 반도로 자치공화국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수도는 심페로폴, 최대항은 세바스토폴입니다. 인구는 약 200만 명으로 주민은 러시아계 58.5%, 우크라이나 계 24.4%, 크림 타타르 계 12.1%, 기타 5%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림반도의 남부 지방은 겨울철 평균온도가 4℃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기후가 온화하여 부동항은 물론 비옥한 농토를 지니고 있어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중요시해 온 곳입니다.

 

13~18세기 동안 타타르 제국령(오스만제국에 복속)에 속해 있던 크림반도는 이후 제1차 러시아-투르크 전쟁(1768~1774년)과 제2차 러시아-투르크 전쟁(1787~1792년)을 거치게 되면서 제정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에 의해 병합되어 러시아에 처음 귀속되었습니다. 크림반도는 전쟁이 끊이질 않는 지역이었는데 1856년에는 러시아와 오스만제국 · 영국 · 프랑스 연합군이 충돌하는 크림전쟁이 발발하였고, 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1~1942년에는 250일간 소련군과 독일 나치군이 격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1944년 나치로부터 크림을 되찾아온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나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당시 크림에 거주하던 타타르족 약 20만 명 모두를 우랄 및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고 이때, 이주민 가운데 절반 정도가 굶주림이나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하였습니다. 1954년에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인 흐루쇼프가 연방의 일원이던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를 친선(親善)의 의미로 양도하면서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에 편입되었습니다. 그러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의 해체로 우크라이나가 독립국가가 되자, 크림반도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남을지 러시아와 합병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였고, 결국 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남기로 결정하면서 스스로 자치공화국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5년 1월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취임한 빅토르 유시첸코가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가입을 위해 흑해함대의 철수를 시사하자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여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면서 양국 간에 갈등이 재발하였다. 2009년 12월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양국 관계가 호전되는 듯하였으나, 2013년 11월 야누코비치 정권이 유럽연합(EU)과 진행하던 경제협정 협상의 중단을 선언하고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입장을 취하자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키이우를 중심으로 이른바 유로마이단(Euromaidan)이라 불리는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다. 이 반정부 시위가 2014년 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퇴진과 야권 주도의 임시정부 설립으로 이어지자 친 러시아 지역인 크림반도에서는 임시정부를 반대하는 집회가 계속되었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2014년 2월 27일부터 무장병력을 투입해 크림반도의 주요 시설들을 점령하였고, 3월 1일 러시아 상원이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크림 공화국에 러시아군을 주둔시키면서 사실상 이 지역은 러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크림 의회는 3월 6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의하고, 합병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주민 투표를 실시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3월 11일에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포하여 크림 공화국이 되었고, 16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주민 투표를 실시하여 96.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러시아 합병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크림 의회는 3월 16일 독립국가를 선포하면서 유엔과 각국에 이를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3월 1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 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승인하였고, 18일에는 크림반도 총리 및 시장과 함께 크림 공화국 합병 조약에 서명하였습니다. 이후 3월 20일과 21일 러시아 상하원에서 합병 조약 비준안이 차례로 통과되었고, 푸틴 대통령이 3월 21일 크림자치공화국의 합병 문서에 최종 서명하면서 합병에 따른 모든 법률 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의 상황이 악화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긴급회의를 요청하였고, 3월 15일에 크림반도의 주민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표결하였으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여 부결되었습니다. 이어 3월 27일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무효이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존을 존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유엔총회 결의가 통과되었으나, 이는 안보리 결의안과는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었습니다. 러시아는 합병과 동시에 크림반도를 관할하는 연방관구를 신설하였고, 2015년 1월 1일에는 크림반도를 연방체제에 완전히 편입시켰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은 "영토 변경은 '주민'투표가 아닌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라는 우크라이나 헌법 조항에 따라 이는 무효라는 입장이고, 러시아는 "국민의 기본 권리와 자결 원칙의 존중"을 규정한 유엔 헌장을 내세워 해당 투표에 합법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유럽연합)은 크림반도의 러시아 편입 결정에 2014년 3월 17일 우크라이나 크림 공화국의 독립 선언을 불법으로 규정하여 즉시 제재를 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측근 블라디슬로프 수르코프 등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인 11명에 대해 여행 금지 및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켰고, 3월 20일에는 러시아인 주요 인사 20명에 대해 비자 발급 중단, 자산동결, 금융거래 금지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고, '푸틴의 은행'이라고 불리는 방크 로시야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였습니다. EU(유럽연합) 역시 3월 3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 점거한 데 대한 제재로 비자 면제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17일 크림반도 사태에 관련된 러시아인 13명과 크림 공화국 출신자 8명 등 총 21명에 대한 여행금지·자산동결을 결정했습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3월 20일 오바마 대통령의 추가 제재 발표 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앞서 3월 17일 취한 대러 제재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9명의 미국 정부 인사와 정치인 등에 대해 비자 발급 중단 등의 제재를 가했다고 밝히며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2014년 3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 안보정상 회의에 참석한 미국 · 영국 · 프랑스 · 독일 · 이탈리아 · 캐나다 · 일본 등 G7 정상들이 크림 합병을 강행한 러시아를 G8(G7+러시아) 체제에서 축출한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1998년에 출범한 G8 체제는 사실상 16년 만에 해체되었습니다. G7 정상들은 2014년 6월 있을 소치 회담 불참을 선언하고 EU(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G7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나 남부로 진격할 경우 러시아에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했는데, 이를 헤이그 선언이라고 합니다.

헤이그 선언 8개 항 주요 내용

1. 주요 7개국(G7) 정상과 유럽연합(EU) 대표들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을 지지한다.

2. 국제법을 위반한 러시아의 불법적 크림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

3. 러시아가 사태를 악화시키면 제재를 강화한다.

4.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논의를 시작하고 국제사회의 중재와 조사를 수용해야 한다.

5. 러시아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우크라이나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6.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 정상 회의에 참여시키지 않는다.

7. 우크라이나의 포괄적 개혁 어젠다를 지지한다.

8. 국제통화기금(IMF)과 우크라이나 간 개혁 논의를 지지하며 조속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한다.